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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 곡물가격은 장기간에 걸친 하강 사이클이 진행되고 있다. 사료가격 상승에 따른 농업생산비 상승 등 2000년 중반 애그플레이션 우려로 부산했던 경제주체들의 모습은 기억 속에서 잊혀진 지 이미 오래다. 올해도 국제 곡물가격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풍작이 예상되고 있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 농무부의 올해 옥수수 생산량 전망치는 약 10억1000만t으로 전년보다 5%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중국 역시 2007년 이후 유지해온 옥수수 최저가수매제를 올해 초 폐지하고 수출을 허용하는 등 옥수수 재고 처분에 주력하고 있다. 아무리 앞뒤를 살펴봐도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 동인을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최근 곡물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늘어나면서 상품곡물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점차 어수선해지는 분위기다. 옥수수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셸(25.4㎏)당 8.2달러에서 올해 9월 3.1달러까지 떨어졌으나 10월 들어 다시 10% 이상 상승하며 경기 바닥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곡물가격의 장기 추이를 보면, 지난 60년 동안 7차례의 크고 작은 곡물파동이 있었다. 그러니까 평균 10년에 한번꼴로 일어나는 셈이며, 이 가운데 구조적 가격상승을 초래한 파동은 2차례 정도다. 첫번째 사례인 1970년대 초반 오일파동으로 인해 부셸당 1.5달러 내외를 유지했던 옥수수가격이 3달러 수준으로 2배 이상 급등했다. 두번째 사례로는 2000년대 중반 원자재 금융 수요가 견인한 곡물파동을 들 수 있다. 상품시장에서 비상업적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3달러 수준에서 장기 균형가격을 형성했던 옥수수가격이 다시 6달러 수준으로 급등했다. 첫번째 사례의 지배적 요인은 국제유가였고, 두번째 사례의 영향 요인은 상품시장으로의 자본 이동이었다.
지금의 국제 곡물시장은 두번째 사례와 매우 유사한 구간에 있다는 점에서 상승 국면으로의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글로벌 유동성은 유례없는 저금리환경 아래 원자재시장에서 채권시장으로 이동했으나, 미국의 금리인상과 맞물려 상품시장으로의 자금 환류가 발생하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금리인상은 향후 곡물가격 상승을 주도할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곡물가격 상승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쉽게 이해된다. 사료·비료 등의 원가상승은 농업부문의 생산비용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시차를 두고 농산물, 나아가 농식품분야 전반에 걸친 가격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농산물시장은 가격경쟁이 치열해 원가율이 상승해도 가격전이가 어려워 결국 농업부문의 본질적 이익구조만 훼손될 따름이다. 또한 우리 농업은 곡물의 수입의존도가 높아 가격변동에 취약한 구조적 특성을 지닌 반면, 관련 정책들은 중장기 전략의 틀 안에서 숙성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일례로 곡물가격 상승시기에 해외농업 개발, 글로벌 곡물 메이저 육성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다 가격 하락시기에 접어들면 추진동력을 잃어버리고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는 성향이 강하다. 즉 정책의 지속성이나 기간불일치 문제가 여타 경제 부문에 비해 심각하다는 의미다. 과거의 곡물파동을 교훈 삼아 다가올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송두한(NH농협금융지주 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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