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보면 배추도 GMO입니다"
멸종위기 카벤디쉬 바나나 연구하는 유전체교정연구단 윤재영 박사 인터뷰
by 강희영
Given the banana’s popularity and importance, it would be a global tragedy if one of the popular varieties were to suddenly disappear. Unfortunately, this may soon become reality. A new disease is spreading around the world, killing a type of banana called the “Cavendish.” It’s possible that this disease could completely destroy this species of banana. – 고등학교 영어I 교과서(YBM) 중
고등학교 영어I 교과서(YBM)에는 바나나에 대한 본문이 나온다. 카벤디쉬 바나나가 멸종 위기에 놓였다는 내용이다. 한국어로도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영어로 해석하려니 가뜩이나 과학과 거리가 먼 문과생들에겐 '카벤디쉬 포비아'가 생길 지경이다. 그래서 아예 교과서 본문에서 한 발 더 나가봤다. 우리가 먹는 바나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카벤디쉬 바나나는 정말 멸종 위기인 것일까. 본문 속에서 쟁점이라는 GMO란 무엇일까.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은 지난해 5월부터 카벤디쉬 바나나의 멸종을 막으려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윤재영(44) 박사를 만나 교과서 내용을 바탕으로 알아봤다.
- ‘유전체교정연구’라는 말이 낯설어요. 쉽게 설명해주신다면. “유전체란 한 마디로 말한다면 ‘한 개체(individual)에 있는 모든 DNA의 정보’라고 할 수 있는데, 정확한 정의는 간단히 설명하기엔 어려워요. 원래 전통적인 분자생물학은 DNA의 자를 수 있는 부분이 정해져 있었어요. 하지만, 최신 기술인 '유전체 교정'을 이용하면 '디자인'이 가능하죠.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부분을 자유롭게 자를 수 있는 걸 의미해요. 유전체 교정 기술로 원하는 부분을 정확히 잘라서 다른 부분에 붙이거나 다른 것을 집어넣을 수도 있다는 거죠.”
- 연구단에서 진행되는 연구가 많겠네요. “네, 많죠. 특히 이곳 대전에서는 식물 세포에 관한 연구를 주로 맡아 진행합니다. 카벤디쉬 바나나나 상추, 콩, 개구리밥 등에 대한 실험 연구를 저희 유전체교정연구단에서 하고 있어요.”
- 교과서에 그 '카벤디쉬 바나나' 내용이 나왔어요. 카벤디쉬 바나나라는 게 뭔가요. “시중에서 판매되는 바나나 대부분이 카벤디쉬 종이라고 보면 됩니다. 주요 기업인 ‘치키타’와 ‘돌’에서 대량으로 생산·판매하는 바나나는 100% 카벤디쉬입니다. 전 세계 생산량의 50%이긴 하지만, 나머지 50%는 개인이 먹기 위해 재배하는 것이 대부분이고요. 사실 카벤디쉬는 1940년대에 ‘그로미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윤재영 박사.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종이 파나마병으로 멸종되자 대체품으로 등장한 것이에요. 파나마병은 곰팡이균이 토양을 감염시켜 생기는 병인데, 물을 흡수할 수 없게 해 관다발이 썩어요.”
- 교과서에서는 카벤디쉬의 멸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나왔어요. 연구는 어떤 방향으로 하고 계신가요. “카벤디쉬 종을 위협하는 건 파나마 병과 비슷한 ‘TR4’라는 병이에요. 현재 동남아시아 전역에 퍼져있어요. 저희는 유전체의 어느 부분이 병원균에 취약한지를 밝혀내고자 빅데이터를 이용해 염기서열을 찾아 비교하는 방법과 RNA를 비교하는 방법 등 두 가지를 경우에 맞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 ‘경우에 맞게 사용한다’는 의미가 어려워요.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면역체계와 구조적 차이에서 오는 발현량 차이를 모두 고려해서 어떤 방법을 사용할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 곧 멸종한다는데, 얼마나 빠르게 멸종할 거라고 보시나요. “사실 멸종을 막을 수는 없어요. 다만 그 시기를 더 늦추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시간 차이가 있을 뿐이죠. 이미 멸종이 되어간다고 봐야하지만 저처럼 연구를 하는 사람이나, 바나나 경작자, 생체공학자 등이 그 시기를 늦추려고 노력 중입니다.”
시판되는 바나나가 사실상 카벤디쉬 한종 뿐이기에 TR4라는 병을 이겨내지 못하면 바나나 자체가 멸종될 위기다. 그래서 특정 병원체를 이겨낼 수 있는 새로운 GMO 종 개발 등의 방법을 각계에서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 교과서 지문 내용에서는 바나나 경작자와 생체공학자 두 집단이 GMO에 대립된 의견을 보이는데, GMO란 무엇인가요. “GMO란 많은 분들이 아시듯,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의 약자로 유전자 변형 조직이라는 뜻이죠.”
- 바나나 경작자들이 GMO에 반대하는 내용이 나와요. “사실, 바나나 경작자가 GMO를 반대하는 건 아니에요. 단지 소비자가 GMO라는 말을 들으면 구매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수익이 있어야 하는 판매자 입장에서는 그것에 관한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죠.”
- 그럼 GMO는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 “많은 분들이 GMO에 대해 부정적이세요. ‘과학적’로 말씀을 드리자면, 배추와 같은 작물들도 모두 GMO예요.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 우리에게 해로운 점이 거의 없게 된 것이죠. 배추도 여러 배추 중에서 인간에 좋은 것 안 좋은 것, 맛있는 부분 맛없는 부분 등을 찾아내서 우리 인간에게 유리하게 만든 것이잖아요.
모든 GMO가 좋다거나 또는 나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니에요. 인간에게 유리한 쪽으로 유전자를 결합하거나 자르는 등의 변형 과정에서 긍정적인 면이 나타날 수도, 부정적인 면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거죠. 현재 나온 논문들을 보면,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내는 글도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GMO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더 많아요”
글·사진=강희영(태원고 2) TONG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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