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각국은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식량 자급의지에 관한 한 선진국·후진국 구분이 따로 없다. 신자유주의 물결에 휩쓸려 매년 시장 개방폭을 확대하는 우리나라와 사정이 크게 다르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식량주권에 대한 법제화 노력으로,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는 심지어 헌법에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이들 나라의 식량주권에 대한 인식은 곡물 수출국의 식량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란 성격이 강하다. 식량자급률 법제화가 요원한 우리에게 부러운 모습이다.
유럽연합(EU)의 식량문제에 대한 인식과 접근방식도 독특하다. EU의 농업에 대한 접근은 사회적 농업이란 관점에서 출발한다. 즉 농업의 권리를 농민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 전체로 확대하는 동시에 소농 및 식량 취약계층을 사회가 포용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농업의 다원적 기능 확대를 정책목표로 삼고 있다. EU의 이러한 농업과 식량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농업의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국가의 보상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형적인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과 뉴질랜드·캐나다 정부는 농가 보호·지역농산물 홍보·학교 및 기관급식 같은 문제 외에도 학교와 도시의 텃밭, 농민장터, 푸드시스템으로까지 그 지원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안정적인 식량 확보가 절박한 후진국은 물론 유럽과 미국 등 농업 선진국에서까지 일어나고 있는 이 같은 농업과 식량문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 및 다양한 정책적 접근은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새로운 세계적 흐름이다. 지금까지와 같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무모하게 밀어붙이고 물가 안정을 이유로 계속 수입을 촉진한다면 머지않아 식량주권이 땅에 떨어져 국민의 생명이 풍전등화와 같아질 수 있음을 정책당국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