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국제적인 환경 변화를 겪을 때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정부는 농업 분야에 각종 자금을 지원해 왔다. 이러한 사업의 일환으로 과일주스 공장을 비롯해 여러 식품공장의 설립을 국가에서 지원한 적이 있다.
필자는 가동된 지 4년 정도 지난 한 과일 가공공장의 자문위원으로 공장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점이 있었다. 수확하는 과정에서 상처가 나거나 떨어진 사과에서 변질된 부분을 제거한 나머지로 주스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다. 처음 이런 사실을 접했을 때 사과를 재배하는 과수원 입장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품질 좋은 정상과로 주스를 만드는 외국회사와 비교하면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가 간의 여러 협정들이 우리 농업인들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농업인들에게 빠른 시일 내에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달콤한 설탕 같은 지원만 계속한다면 이는 미봉책에 그치고 만다. 이러한 정책에서 이제는 탈피해야 한다.
외국의 우수제품(농식품)과도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농식품을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농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어 이제 그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어떻게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할 것인지를 농업인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한다면 이 또한 실패작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제품의 맛과 풍미를 어떻게 향상시켜 나갈 것인지와 관련된 기술을 지속적으로 접목시켜 나가는 일 또한 산학협력을 통해 뒷받침돼야 한다.
이제는 농업인들을 위한 지원사업의 방향이 바뀌어야 할 때가 왔다.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이전하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마케팅 능력을 키워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 이를테면 포장을 향상시키는 일이라든가 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영업력을 높이는 일 등에 대한 컨설팅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상호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에 관련된 연구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연구사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농업인들에게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D) 부문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다. 이제까지 많은 R&D 사업들이 이뤄져 왔다. 개중에는 연구를 위한 연구들도 많이 포함돼 있었다. 일괄적으로 업체를 포함시켜야만 연구비를 지원해 주는 방식에도 문제점이 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 모든 문제들을 함께 고려해 나가는 방안을 모색할 때가 됐다. 국내 소비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제적 경쟁력을 갖는 농산물을 생산하고 농식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과 노하우를 전달해 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먼 미래를 위해 바람직할 것이다.
또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은 농업인들도 기술적인 문제든 마케팅에 관한 문제든지 간에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데 꼭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명확히 찾아내고, 또 그것을 요구할 줄 알아야 한다. 그 누구보다도 그러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분들의 요구사항이 국가경쟁력을 키우고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필요한 사항들이 무엇인지를 절실히 느끼지 않고 정부의 지원자금만을 편히 이용하려 한다면 수백년이 걸려도 우리 농업과 관련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국가경쟁력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당장의 편안함과 이익만을 취하려고 생각하지 말고 홀로 일어서는 일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자.
●노봉수 교수는 서울여대 식품공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한국식품과학회의 회장으로서 영문저널 편집위원장을 맡는 등 올바른 식품과학 지식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우리몸이 원하는 맛의 비밀> <건강과 식생활> <우리집 건강식탁 프로젝트> 등 다수의 식품 관련 서적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