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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농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기회있을 때마다 농업은 미래성장산업이라고 강조한다. 농업인에게 희망을 가지라는 격려의 레토릭(rhetoric·수사)으로 이해할 수는 있으나 농업의 본질과 현실에 발을 딛고 농업과 농정이 갈 길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농업의 현실이 어떻다는 것인가?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대규모 농업지원사업이 반복됐지만 농업투자는 계속 감소하고 자본스톡(자산가액)이 줄어들어 성장잠재력은 잠식되고 있다. 그 결과 농업성장률 추세가 1990년대 중반까지는 2.5%가 넘었으나 최근에는 1% 이하로 곤두박질친 것이 현실이다.
비록 성장률은 낮아졌지만 그래도 그동안 농업생산은 20% 이상 증가했다. 그런데 농산물 수입이 두배나 늘어나 소비자물가가 82%나 상승하는 사이 농산물 가격은 39% 오르는 데 그쳤고, 농기자재 가격은 112%나 뛰어올라 실질 농업 총소득은 36%나 감소했다. 그 결과 1990년 중반까지 비슷했던 도농 간 소득이 지금은 그 격차가 40%에 이르고, 하위 20% 농가의 실질 농업소득은 무려 84%나 감소해 상위 20% 농가와의 소득격차(5분위 소득비율)가 12배로 늘어난 것 또한 현실이다. 앞으로는 어떨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농산물의 34%가 양허제외됐다고 하지만, 이는 반대로 농산물의 66% 관세가 결국 철폐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산물은 광범위한 대체성이 있는데다 인접국이란 특성, 유통업자의 마케팅 노력 등을 감안하면 이 66%가 어떤 영향을 나타낼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더욱이 미국·유럽연합(EU) 등 이미 53개국과 체결한 FTA의 영향은 누적되고 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다자 FTA도 목전에 다가왔다. 쌀도 관세화되어 국제시장의 영향을 직접 받게 됐으므로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이 한국 농업 앞에 펼쳐진 현실이다.
이렇게 소비자 앞에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농산물을 값싸게 구매할 수 있는 선택의 기회가 펼쳐져 있는 이상 농업의 가격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 결과 농업소득이 이제까지보다 더 빨리 감소할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요컨대 농업이 농산물을 파는 일에 머무르는 한 빠른 속도로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현실 앞에서, 이제 농업은 어디로 가야 하고 농정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말 진지하게 고뇌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스위스·EU·미국 등 모든 선진국 농업은 진작 이러한 상황에 직면해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산업에 머물지 않고 환경과 경관, 문화, 생물 다양성 등 다원적 기능을 생산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공공재 산업으로 변신했다. 또 정부는 다양한 직불제를 동원해 그러한 공공재를 구매했던 것이다. 그 결과 농업예산의 대부분이 직불제에 투입되고 농가는 소득의 상당부분을 직불제를 통해 얻게 된 것이다. 그런 조건 아래서 농가는 소비자가 간절히 원하는 농산물과 체험·휴양 등 서비스를 시장에 팔아 소득을 보충하고 있는 것이 그들의 모습이다. 우리나라 농업도 농산물 판매 일변도에서 다원적 기능과 서비스를 파는 산업으로 변신해야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농업인의 소득도 안정될 수 있을 것이므로 농정도 거기에 몰두해야 한다.
물론 첨단 농업을 하는 경영체도 나타나고 대박을 치는 농업인과 브랜드도 있을 것이며, 농산물 수출도 늘어날 것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한국 농업의 일부 모습일 수밖에 없고, 한국 농업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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