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단체 옥스팜 보고서 가뭄 등 이상기후 영향 취약한 유통구조도 원인, 아제르바이잔 작년 20%폭등… 東아프리카 800만 식량부족 "수백만 명 빈곤 내몰릴 것" 세계은행 全세계에 경고
기후 변화와 낙후된 유통 시스템 때문에 밀·옥수수 등 농산물 가격이 20년 내에 지금의 2~3배 수준으로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 초부터 가뭄과 홍수 등 이상 기후로 인해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농산물 생산국들의 수확량이 떨어지면서 국제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30년까지 농산물 값 2배 올라"
국제 빈민구호 단체인 옥스팜은 지난달 30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국제 농산물 가격이 2030년까지 지금보다 120~180%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가격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다. 옥스팜이 꼽은 세계 4대 식량 안보 위험 지역 중 하나인 아제르바이잔의 경우 지난해 극심한 가뭄으로 밀 생산량이 33% 급감해 식품 가격이 20% 폭등했다. 동(東)아프리카에서는 약 800만명이 가뭄으로 인한 만성적인 식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의 취약한 농산물 재배·유통 시스템도 국제 농산물 가격을 올리는 원인 중 하나다. 과테말라에서는 소규모 자작농들이 정부 지원 부족으로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86만5000명이 식량을 필요한 만큼 구하지 못했다. 인구가 12억인 인도에서는 식량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유통 구조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식품 가격이 높다.
옥스팜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에 비해 이를 개선하려는 각국 정부의 노력은 충분하지 않다. 또 선진국에 비해 개도국과 후진국에, 돈 있는 사람보다 빈곤층에 불리하게 작동해온 세계 농산물 유통 구조를 바로잡는 것도 쉽지 않다"며 "이대로라면 식량 사정이 악화돼 값이 오르는 게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옥스팜은 "옥수수 등을 이용한 바이오연료 개발 확대가 농산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어 바이오연료 개발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 기후로 농산물 수확량 감소
올해 유럽에서는 30여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프랑스의 밀 생산량이 작년보다 12% 줄어들고 독일도 7%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밀 곡창지대인 오클라호마·캔자스 등지에서 지난 두 달간 강우량이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겨울밀 수확량이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창장(長江) 중·하류 일대에서 계속되는 60년 만의 최대 가뭄으로 700억㎡ 규모에 달하는 농경지가 가뭄 피해를 입었다. 수확량이 줄면서 농산물 값이 들썩이고 있다. 쌀값은 며칠 새 10% 올랐고 청경채 등 일부 채소류는 한 달 전보다 30% 정도 값이 올랐다.
유엔(UN)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4월 세계 곡물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71% 상승했으며 5월에도 상승세가 예상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식품가격 상승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극심한 빈곤 상태로 내몰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