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제기구와 우리의 역할
FAO(세계식량농업기구), IFAD(국제농업개발기금) 등 농업과 관련된 국제기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 안이하다. 국제기구에 지원하는 분담금이 OECD 회원국 중 하위에 랭크돼 있는가 하면 각료급 회의에 과장급을 파견하는 등 흉내만 내는 형국이다.
WTO(세계무역기구)/DDA(도하개발아젠다), FTA(자유무역협정) 등 무차별적인 시장개방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세계각국이 국제기구를 통해 치밀한 전략을 수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안타까울 뿐이다.
FAO는 세계식량안보와 농업개발을 담당하는 UN 산하기구로 회원국이 무려 194개에 달한다. 기아를 해결하는 역할을 비롯해 농촌의 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농업생산성 제고 노력, 식량안보회의 개최 등 세계의 농업 농촌에 기여하는 역할과 규모면에서 단연 으뜸이다.
1977년 FAO에서 분리된 IFAD 역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농업차관사업을 추진하는 농업과 관련, 중요한 국제기구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전환된 유일한 나라여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정부는 다리만 살짝 걸쳐놓은 식으로 국제기구를 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FAO에 지원하는 의무분담금은 세계 11위이고, 자발적분담금의 경우 41위에 랭크돼 있다. IFAD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우리나라의 분담금율은 OECD 회원국 평균인 0.7%에 비해 훨씬 낮은 0.15%에 그쳐 ‘인색한 졸부’란 소리까지 듣고 있다.
세계 각국의 각료들이 참석하는 세계식량안보위원회에 ‘과장급’을 파견한 점에서는 국제기구를 대하는 우리나라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제적 관례로도 맞지 않고, 회의의 중요성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와 FTA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중국은 이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개발도상국 진출을 모색하는 등 상당히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중국이 비즈니스 차원에서 국제기구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는 책임과 국제기구에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시각으로 세계의 농업, 식량수급상황을 바라보고, 나아가서는 세계의 식량 및 농업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가야 한다.
특히 세계 각국과의 무차별적인 FTA 협상에서 우리의 이익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국제기구에 더욱 적극 참여해서 우리에게 유리한 협상의 틀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식량자급 향상’이란 고유의 목적을 넘어 비즈니스 차원으로 접근하고, 국제기구 내에서도 우리나라의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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