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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 말 쌀 관세화 유예가 종료되는 것과 관련해 지난 7월 서둘러 관세화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쌀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쌀에 대한 관세는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정문에 따라 최대한 높게 책정하도록 노력할 것이며, 300% 이상의 관세만 부과해도 국내 쌀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후 일방통행식 쌀 관세화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는 후속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쌀산업발전협의회를 발족시켰다.
왜 농업인들은 정부의 이런 정책과 주장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것일까?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대외적인 요인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단순히 확산되는 자유무역협정(FTA) 등 정부의 개방화 정책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과 올 4월 한·호주 FTA와 일·호주 FTA가 연이어 타결됐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타결된 두 FTA 협상 결과는 너무나 상이한 내용을 담고 있어 과연 호주라는 같은 국가를 상대로 협상한 것이 맞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먼저 우리와 호주의 협상 결과는 FTA 발효와 함께 40%인 쇠고기 현행관세를 매년 2.66%씩 줄여 16년차에는 관세를 완전히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다. 16년차부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은 호주산 쇠고기의 현행 관세율 38.5%를 냉장의 경우 3년차까지 연차적으로 30.5%로 낮춘 뒤 15년차엔 23.5%까지만 낮추기로 했다. 냉동 역시 3년차에 27.5%까지, 18년차에는 19.5%까지만 낮추기로 합의했다. 수입 급증 시 발동하는 세이프가드 물량은 발효 10년차에 재협상하게 돼 있다고 한다.
농업인들은 이와 같은 결과로 드러난 우리 정부의 대외협상력과 농업에 대한 보호의지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년 동안 들여온 쌀의 최소시장접근(MMA) 물량 사용권에 대한 협상력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일본은 1995년에서 2008년까지 MMA 물량의 25.7%를 해외원조에 사용했다.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6년간 총 220만t을 북한에 지원했는데, 이 중 65만t은 외국산이었다. 그러나 이는 같은 기간 들어온 94만7000t의 MMA 물량과는 별도의 쌀을 수입해 지원한 것이었다. 외국원조에 MMA물량을 사용할 수 없게 한 협상 결과를 수용한 데서 비롯된 결과다.
두번째 이유는 대내적인 농업정책에 대한 불신이다. 제2차 쌀 관세화 유예에 따른 정부정책은 2004년 2월23일 발표된 농업·농촌종합대책이었다. 이 정책은 쌀시장 개방시대에 쌀 농업을 비롯한 우리 농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향후 10년간의 ‘한국농정 로드맵’을 담고 있었으며, 논란이 많았던 119조 투융자 예산이 투입된 정책이었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육성하는 농업정책’과 ‘농업인의 소득을 도시근로자와 같은 수준으로 하기 위한 소득정책’이 대책의 근간을 이뤘다.
이 중 쌀 정책은 6㏊ 이상 전업농을 2002년 4만1000호(22%)에서 2013년 7만호까지 육성해 쌀 생산의 50%를 담당케 하는 데 맞춰졌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과연 이 정책목표는 달성됐는가? 119조원이라는 거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2000년에 도시근로자가구 소득의 80.5%였던 농가소득은 2012년 오히려 57.5%로 추락했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 이후 지난 30년간 농업정책의 실패를 목격해 온 농업인에게 농정의 신뢰를 기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의 연결고리다. 2009년도에 이어 다시 발족된 쌀산업발전협의회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어보지만 과연 언제까지 이런 불신의 농정이 지속될는지 쌀 관세화를 앞두고 농업인들의 한숨만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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