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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1200년경, 정확히는 기원전 1225년에서 1175년까지 50년간 이집트·히타이트·미노아·아시리아·바빌로니아 등 유럽문명의 중심지였던 지중해 인근의 나라들이 황폐화되고 사라진 시기가 있었다.
당시 문명들이 황폐화된 원인으로 지진이나 화산 폭발, 이민족 침략, 가뭄 등 여러 설이 제기돼 왔는데, 2012년 세계적인 고고학 저널지에 게재된 한 연구는 기후변화가 주 원인임을 밝혀냈다. 지중해 수온이 일시적으로 낮아지자 강수량 부족으로 이어졌고 100년간의 가뭄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고대 충적토에서 나온 산소와 이산화탄소 등의 지질자료에서 증거를 찾았고, 지금의 터키 지역인 히타이트왕이 극심한 기근에 시달리자 다른 나라에 식량 지원을 간절히 요청한 점토판 편지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문명이 회복되는 데 근 1000년이 걸렸다고 한다. 유럽사에서는 이 시기를 ‘1차 암흑시대’라고 부른다.
흔히 기상이변이란 예상치 못한 폭우나 가뭄·한파·고온 등이 평년치를 크게 웃돌거나 밑도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과학적인 용어로 나타낸 것이 ‘기후극한사상(氣候極限事象·Climate Extreme Events)’이다. 기상관측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현상으로 30년간 평균치 기준으로 상위 95% 이상에 해당하거나 하위 5% 이하에 속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2012년 3월 유엔(UN) 산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발표한 특별보고서는 예전에 없었던 기후극한사상 발생 빈도가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바로 그해 7월 미국에서는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이 나타났고, 영국에서는 4~6월까지 사상 최고치의 강우량이 기록되기도 했다. 중국에서도 7월 베이징에서 14시간 동안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기후학자들은 이런 기후극한사상이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두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농산물 가격상승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소비자들과 소규모 농축산농가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올해 농협경제연구소는 일 강수량과 일 최고·최저기온에 대해 5곳의 과수 주산지에서 최근 30여년간(1980~2013년) 발생한 기후극한사상의 빈도와 추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일 강수량에서는 시간에 따른 변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으나, 기온과 관련해서는 유의적인 증감 경향을 찾기가 어려워 한반도의 온난화 진행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여름과 겨울에 급격한 기온변화가 나타날 확률은 낮아 보인다. 다만 2000년대 이후 혹한의 발생빈도가 낮아지다가 2007년 이후에는 증가하고 있어 대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기상관측기관들은 올 하반기 태평양의 해수온도가 높아지는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농작물 작황 악화와 가격급등이 우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마른장마와 고온 지속으로 복숭아·수박 등의 출하시기가 빨라져 주산지별 과채류 공급이 늘어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새로운 변동성 국면에 진입했다고 한다. IPCC는 지구온난화가 세계 2대 주식인 밀과 옥수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공표했고, 이미 기후극한사상이 농산물 가격에 주는 민감도 지수를 개발해 발표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빈번해지는 기상이변 경향을 분석하고 지역의 기후변화 취약성을 기후와 토양,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분석해 중장기적인 기후변화 적응 전략을 마련할 시기가 됐다. 특히 주요 농작물 주산지를 대상으로 가뭄이나 며칠간 계속되는 집중호우 등 강수 관련 극한사상의 발생 빈도와 농작물 생산 피해의 인과관계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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