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 고품질화를 위해 추진한 단일 품종 표시제(양곡표시제)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쌀 관세화를 통해 쌀시장이 전면 개방되는 데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및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 등 시장 개방이 가속화되면서 우리 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단일 품종 표시율 제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쌀 품종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제고는 물론 건조저장시설(DSC) 확충 등 시설 투자 확대를 통해 품종 표시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단일 품종 표시율 저조=농림축산식품부는 쌀 고품질화를 위해 2007년 1월1일 양곡표시제를 본격 도입했다. 품종·생산지 등을 쌀 포장지에 의무표시토록 한 것이다. 품종명의 경우 해당 품종의 순도가 80% 이상일 경우 <새추청> <삼광> 등 단일 품종으로 표시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것은 혼합으로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단일 품종으로 표시되는 비율은 여전히 낮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2010년 20.9%, 2011년 26%에 불과했다. 지난해 전국주부교실에 위탁해 실시했던 양곡표시율 이행실태조사에서도 25.2%에 머물렀다. 시중 유통되는 쌀의 4분의 3이 혼합으로 표시된 채 팔리고 있는 것이다.
농관원은 단일 품종 표시율이 좀처럼 높아지지 않자 2011년부터 자체적으로 ‘쌀 품종명 관리마크 표시제도’(사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양곡표시제와 비슷한 취지로, 쌀 포장지에 농관원의 관리를 받았음을 증명하는 품종명 스티커가 부착된다. 하지만 7월 현재 전국 234개 미곡종합처리장(RPC) 가운데 92개(39.3%)만이 이 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농관원이 참여 업체의 원료곡에 대해 연 6회 이상의 품종 검정 지원 및 월 1회 이상 지도·점검 등의 인센티브를 주고 있지만 참여율은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다. 92개 업체에서 스티커를 부착해 출하하는 쌀의 비율도 10~15%에 머무르고 있다.
◆소비자 인지도 향상 선행돼야=쌀 단일 품종 표시율이 높아지지 않는 이유는 다각도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와 RPC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의 쌀 품종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점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쌀을 구매할 때 ‘이천쌀’ ‘경기미’ 등 지역을 우선 고려하지 품종이 무엇이냐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관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단일 품종 표시 쌀에 대한 낮은 선호도가 단일 품종명 표시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쌀 품종이란 무엇이고 품종별로 밥맛 등 특성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홍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인 충남 논산 연무농협 RPC 장장은 “공익광고 형태로 쌀의 품종을 소개하는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관원이 최근 온라인 식품 전문 쇼핑몰 운영업체인 동원F&B의 동원몰(www.dongwonmall.com)에 ‘품종관리 쌀’ 전문매장을 개설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동원몰에서는 단일 품종명 표시 출하실적이 우수한 11개 업체의 26개 제품이 판매된다.
이와 함께 DSC 및 투입구 확충 등 시설 투자 확대도 단일 품종 표시율 제고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현재 수립 중인 쌀산업발전 종합대책에서 재배부터 가공·유통 단계까지 품종 단일화를 통한 단일품종 표시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농관원은 쌀 품종명 표시 확대를 위해 쌀 품종명 관리마크 표시제도를 일부 개선해 스티커 부착 방식이던 관리마크를 포장재 인쇄도 병행할 수 있도록 했고, 벼 수확기에 실시되는 우수 RPC 인센티브 평가에서 단일 품종명 표시 실적에 대한 평가 배점을 기존 10점에서 20점으로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