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시장 전면개방을 공식 선언한 이후 유독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바로 ‘지에스앤제이(GS&J) 인스티튜트’라는 민간연구소다. 이유는 이곳에서 올 초 국회에 제출한 관세율 예상치 ‘504%’에 있다. 최근 농업인단체는 물론 정치권도 500%대 관세율 확보 당위성의 근거로 이를 활용하면서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 연구’를 지향한다는 GS&J가 농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정환 이사장을 만나 쌀 관세율에 대한 입장과 연구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현재 농업계의 가장 큰 이슈인 관세화 시 쌀 관세율과 관련해 이 이사장은 “가장 합리적인 관세율은 504%”라고 단언했다. 504%라는 관세율은 관세율 산정에 필요한 ‘수입가격(국제가격)’으로 중국의 수입가격을 택했을 경우의 결과다. 이 이사장은 ‘혹시 너무 높은 관세율을 불렀다가 세계무역기구(WTO)의 검증을 통과하기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문의 ‘적절한(appropriate), 인접국의 수입가격’에 가장 부합하는 것은 바로 중국의 수입가격”이라고 못 박았다. 중국은 당시 연간 수만t에서 160만t까지 쌀을 수입했다. 만약 일본의 수입가격을 활용하면 검증이 오히려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당시 일본의 쌀 수입은 대부분이 양조용으로 수입한 쇄미로 물량도 연간 2만t에 채 미치지 못해 적절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만약 일본의 수입가격을 쓰면 우리 쌀 관세는 300%대로 낮아진다. 이 이사장은 “중요한 건 관세율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어떤 게 더 적절한 근거를 갖고 있느냐 하는 점”이라며 “정부는 좀 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 이사장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GS&J가 정부와 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는 순수 민간연구기관이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출신인 그는 ‘가장 신뢰받는 연구소’를 목표로 2005년 9월 사재를 털어 지금의 GS&J를 설립했다. 최근 GS&J는 국내 한 일간지가 주관한 ‘2014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조사에서 26위에 오르기도 했다. 순수 민간연구기관으로는 가장 높은 순위다. 주최 측은 GS&J가 특히 ‘연구의 질’ 부문에서 탁월한 점수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 이사장이 스스로 꼽는 GS&J의 대표적 성과인 정책보고서 <시선집중>도 쌀이나 자유무역협정(FTA)처럼 민감한 농업계의 쟁점을 놓고 비교적 정확하고 객관적인 분석결과를 내놓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7월 말까지 발행된 <시선집중>은 벌써 183호에 이른다.
그는 “정부와 기업의 지원을 받는 국책연구소와 기업연구소만 있어서는 사회가 발전할 수 없다”며 “농업분야 등 민감한 사회 쟁점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민간연구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GS&J는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출범 9년차를 맞은 GS&J는 7월1일자로 기존의 연구조직을 농정전략연구원과 북한·동북아연구원으로 확대 개편하고 ‘제2기 출범’을 선언했다. 농경연에서 30년 넘게 농업분야 정책연구를 수행했던 김명환·권태진 전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을 각각 원장에 임명했다. 대외협력위원장에 오덕화 전 <농민신문> 편집국장을 영입하며 대외 활동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며 “초심을 잃지 않고 ‘철저한 탐구와 신뢰받는 연구’를 수행해 더 나은 농업·농촌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