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일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지금 우리가 버리고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반으로 줄이면 연간 15조원의 생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요즘같이 먹을 것이 풍성한 시대에 식량위기를 말하면 선 듯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슈퍼마다 쌓여 있는게 음식이고 쌀이 남아돌아 북한에라도 보내자고 말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체중조절을 하느라 다이어트식품에 살 빼는 약을 먹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식량위기를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전체식량의 절반도 자급이 되지 않는다. 식량곡물의 70%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해오고 있다. 아직은 세계 시장에서 사올 수 있는 식량이 비교적 넉넉하므로 별 어려움이 없이 필요한 식량을 무제한 사올 수 있다. 그러나 세계 식량사정은 그렇게 언제나 넉넉할 것 같지 않다. 우선 지구온난화로 세계의 식량생산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호주 등 세계의 곡창지대에서 대규모 가뭄과 홍수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는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중국과 인도가 경제성장을 하면서 동물성식품의 소비가 급속히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급격히 낮아진 것은 사료곡물을 수입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13억 인과 인도의 12억 인구가 우리처럼 동물성식품을 먹으면 세계 시장에 나오는 곡물을 싹쓸이해도 모자란다는 것이다. 그 때에는 돈이 있어도 사올 식량이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곡물수입국으로 전락하여 연간 500만 톤의 옥수수와 5000만톤의 콩을 수입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온실개스를 줄이기 위해 식량을 바이오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이 발달하고 있어 식량공급이 점점 어려워 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옥수수를 발효시켜 연료용 알코올을 대량 생산하면서 2007/2008년 세계 곡물파동이 일어난 것이다. 밀, 옥수수, 콩, 쌀 등 주요 곡물가격이 2-3배 뛰었고, 아이티, 튀니지, 이집트에서는 정권이 무너졌고 세계 30여개 국가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이러한 이유로 앞으로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 속에 각 나라들은 자국의 식량을 충분히 비축하는 일에 노력하고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 태국 등 주요 식량 생산국들이 식량수출을 제한하면 식량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준비는 대단히 미약하다. 식량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필요한 정책이나 준비가 이루어질 수 없다. 국민 각자가 식량 생산에 관심을 가지고 식량의 낭비를 막아야 한다.
우리나라에 공급되는 식량의 30%가 보관 유통 중에 손실되거나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진다고 한다. 특히 태어나서 배고픈 경험을 해보지 않은 젊은 세대들의 식량낭비가 심각하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당연히 버려야하는 줄 알고 마구 버리고 있다. 식품의 유통기한은 맛이 변하지 않는 기간(상미기한)의 70%에 설정되는 것이다.
즉 우유의 신선한 맛이 냉장고에서 10일간 유지된다면 유통기한은 7일로 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구매하여 소비하는 기간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이 지나면 버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로 인해 버려지는 식품의 양이 엄청나다. 실제로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기간(소비기한)은 상미기한 보다 훨씬 더 길다. 이런 오해를 불식시킬 국민교육이 사급하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음식 예절과 섭생 지혜를 가정에서 기본적으로 가르쳐 왔다. 그러나 요즘 핵가족 시대에 밥상머리교육은 거의 실종되고 있다. 밥 한 톨이라도 흘리면 쌀을 키운 농부의 고생을 생각하라며 훈계하시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가르침이 필요한 때이다. 가정에서 어려서부터 음식을 아끼고 받은 음식을 남기지 않는 습관을 키워야 커서 무상으로 주는 학교급식도 맛있게 먹고 식당에서 잔반을 남기지 않는 멋있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또 그런 사람들이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워 명문가문의 대를 잇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버리고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반으로 줄이면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을 15% 올릴 수 있다. 농업 생산으로 식량자급률을 1% 올리는데 드는 비용은 약 1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온 국민이 합심하여 음식물 쓰레기를 반으로 줄이면 연간 15조원의 생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의 전체식량자급률 45%를 60%로 올리면 우리나라는 선진국 수준의 식량안보를 확보한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식량위기의 시대에 보릿고개를 경험한 오늘날의 노인세대가 앞장서야할 국민운동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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