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쌀 값 떨어지면 식량 자급률도 하락 가능성
쌀 시장을 개방하면 식량자급률은 어떻게 될까. 정부는 개방해도 관세율이 높아 수입쌀이 국산보다 비싸기 때문에 식량자급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번 개방을 한 이상 앞으로 수입쌀 값이 떨어지거나 관세가 낮아지면 식량자급률도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47.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그나마 주식인 쌀(89.2%)은 개방을 유예하고 있던 터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쌀도 몇년 전부터 100%선이 무너져 80%대에 머무르고 있다. 식량자급률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다. 전 세계적인 자연재해 등으로 농산물이 부족할 때, 식량 수출 국가들이 농산물을 무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쌀 시장 개방을 더 미루면 오히려 식량자급률이 하락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개방을 미룬 대가로 관세 5%에 의무수입한 쌀이 지난해 쌀 소비량의 9%(40만9000t)인데, 앞으로 더 미루려면 의무수입 물량을 10% 이상으로 늘려야 하기 때문에 자급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개방을 해도 현재 국제 쌀값과 환율 등을 고려할 때, 일정 수준 이상의 관세만 부과하면 수입쌀이 국산보다 비싸서 수입쌀 소비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국제 상황이 어떻게 변하느냐 하는 것이다. 한번 개방을 한 이상 수입쌀 값이 폭락하고 환율이 떨어지면(원화 가치가 오르면) 관세를 붙이더라도 수입쌀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향후 추가 협상을 통해 관세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당장은 관세가 높아 큰 문제가 없겠지만 앞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든 관세 인하 압력을 받을 때 버틸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농민들의 소득 보전을 위한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개방으로 인해 미래가 불안한 상황까지 겹치면 농민들이 쌀 농사를 포기해 식량자급률이 낮아질 수 있다.
이미 한국의 농지 면적은 빠르게 줄고 있다. 지난해 171만1000㏊로 8년새 10만㏊(서울 여의도 면적의 120배) 이상 줄었다. 농업의 대규모화를 추진하는 정부 정책으로 영세농들이 경쟁에서 뒤떨어져 도태되면 농지는 더욱 줄어들고, 식량 안보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