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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 경북 서안동농협 조합장(왼쪽)과 박영동 센터장이 저온창고에 보관해 놓은 국산콩 재고를 보며 판로 대책 등을 논의하고 있다. | |
8일 오후 경북 안동시 풍산읍에 위치한 서안동농협 산지유통센터. 이승엽 팀장이 자물쇠를 풀고 저온창고 문을 열자, 포대에 담긴 콩이 두 눈 가득 들어왔다. 40㎏들이 조곡용 5포대를 차곡차곡 얹은 팰릿 위에 또다시 5포대짜리 팰릿이 얹히고, 이렇게 3단의 팰릿이 수직으로 쌓였다. 천장에 닿을 듯 말 듯 높이 올라선 콩은, 창고를 함께 찾아간 김문호 서안동농협 조합장이 고개를 뒤로 젖히고서야 꼭대기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들 콩은 서안동농협이 지난해 가을 농가로부터 수매한 백태. 농협은 지난해 11월 중순경 1000t 정도의 백태를 수매했는데, 이 가운데 300t은 팔리고 나머지 700t은 이렇듯 창고에서 잠자고 있었다.
원래는 일반 양곡창고에 저장됐었지만 재고로 남아 있는 기간이 길어지자, 고온으로 인한 품위 하락과 ‘서생원’에 의한 피해를 우려한 농협이 올 5월 초 섭씨 8도의 저온창고로 옮겨 놓은 것이다.
박영동 센터장은 “예년 같으면 가을에 수매한 콩이 연말 아니면 늦어도 이듬해 연초까지는 모두 팔렸는데, 지난해 가을 이후로는 국산콩을 사겠다는 문의 자체가 뚝 끊겼다”며 썰렁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미 소진된 300t도 올해 4~5월 들어서야 겨우 팔았을 정도로 국산콩 판매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2013년 생산된 콩 15만여t 가운데 아직까지 2만t가량이 판매되지 못하고 산지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산콩을 팔 곳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턱없이 낮아진 거래가격은 산지의 고민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현재 경북 안동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2013년산 국산 백태의 시세는 1㎏당 3000~3600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12년산 백태가 지난해 초까지 1㎏당 6000원대 중반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이승엽 팀장은 “최근 국산콩 값이 지난해 농가 수매가격보다 하락한 상황에서, 수매자금 등 금융비용과 창고보관비, 인건비, 운송비 등을 포함하면 콩을 팔수록 손해가 불어나는 셈”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국산콩이 판로를 찾지 못하면서 재배농가들의 주름살 역시 깊게 파여가고 있다. 농가들은 지난해산 콩이 창고를 가득채우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올해도 콩농사를 계속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콩 재배농가 김상길씨(71·풍산읍 소산리)는 “농가들 사이에서는 올가을 농협이 수매를 못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마땅한 대체작목도 없다보니 콩을 심었지만 속이 편치 않다”고 털어놨다.
이런 가운데 가공용 수입콩이 시중에 유통되며 국산콩 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본지 보도가 나가자 분위기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김문호 조합장은 “수입콩을 용도 외로 유통시킨 사람들도 나쁘지만,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당국 또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수입콩의 목적외 유통이 사실이라면 이를 하루속히 바로잡아 국산콩 유통 정상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동=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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