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지방의 한 양곡도매상 저장창고. 35㎏들이 수입콩 포대가 창고 한편에 가득 쌓여 있었다. 콩 포대에 부착된 스티커엔 ‘대두’라는 제품명이 선명했다. 수입원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판매원은 ‘△△무역’으로 표기돼 있었다. 원산지는 중국이었다.
“얼마에 팔립니까.”
“사지 않을거면 묻지 마세요. 속이 부글부글합니다.”
“왜요?”
“△△무역과 거래하는 중간업자로부터 1㎏당 2200원에 샀는데 이 중간업자가 다른 곳에는 1400~1800원에 판매하고 다니는 바람에 앉아서 큰 손해를 보게 생겼어요.”
콩 상태를 보여달라고 하자 업주는 포대에 꼬챙이를 찔러 콩을 빼 보여줬다. 콩알이 조금 작아 보인다고 하자 떡고물이나 콩국물·미숫가루 등에 쓰기에는 무리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해당 수입콩은 포장연월일이 2013년 2월1일로 된 것으로 보아 2012년산인 듯 했다. 지난해산보다 더 오래된 콩이 올해산 수확기를 몇개월 앞둔 지금까지도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본지가 △△무역 또는 △△무역의 중간업체로부터 거래한 양곡도매상들의 말을 종합한 결과, 해당 물량의 거래가격은 1㎏당 1400~2200원 선인 것으로 파악됐다. 저가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도 편차가 커 양곡도매상 간 볼멘소리가 나올 법한 가격이었다. 앞서 업주가 속을 끓이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특이한 것은 콩 한포대의 중량(35㎏)이었다. 현재 aT는 국영무역 방식으로 수입된 콩을 50㎏들이 포대로만 유통하고 있다. 포대겉면에 ‘SOY BEAN’ ‘MADE IN CHINA’로 인쇄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중국 현지에서 직송한 것으로 짐작되지만 aT의 취급 관행을 고려하면 국내 포대갈이 가능성을 의심케 했다.
같은 시기 인근의 또 다른 양곡도매상. 저가 수입콩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미 판매를 완료해 재고가 없다고 답했다. 시중 수입콩보다 가격이 크게 낮아 콩국수 전문점이나 떡집 등에서 앞다퉈 사갔다는 게 해당 업주의 설명이었다.
문제의 콩에 표시된 △△무역의 주소지는 인천시○○. 연락처는 의아하게도 11자리 휴대전화 번호였다. 식품위생법에 의한 한글표시사항엔 제조원 혹은 판매원 연락처가 대개 유선 전화번호로 기재되므로 미심쩍은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를 낮게 깐 남성은 기자가 용건을 꺼내기도 전에 “(전화를 건 곳이) 어디냐”고 다짜고짜 물었다. 콩을 구입하고 싶다고 하자 이 남성은 어디서 자신의 연락처를 알았는지를 되물었고 지방에서 유통되는 포대에 적힌 연락처를 봤다는 대답에 안심한 듯 이내 값 흥정에 들어갔다. 모르는 척 1400원을 거론하자 남성은 펄쩍 뛰며 “1400원은 무슨…. 못해도 1700원은 받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두부나 미숫가루·두유 등을 만드는 데는 품질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남성의 설명이 이어졌고 500㎏ 정도 사겠다고 하자 남성은 황당하다는 듯 “그정도 (적은) 물량은 지방 양곡도매상에서 사라. 여기는 차량 단위로 판매하는 곳”이라고 잘라 말했다. 물량을 상당히 갖춰 놓고 한번에 대량으로 유통시키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말이었다.
국영무역 방식으로 수입된 콩이 암암리에 시중 유통되고 있다는 주장이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일부 가공 실수요단체와의 취재 과정에서 더욱 굳어졌다. 가공 실수요단체 지방협회의 한 관계자는 수입콩을 살 수 있느냐는 기자의 문의에 “당연하다. 1㎏당 3700원에 판매한다. 배송은 안 되니 와서 가져가든지 가까운 협회 사무실을 통해 택배 배송 받든지 하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가공용으로만 쓰도록 사용처를 특정해 공급하는 국영무역 수입콩을 일반 소비자에게 원물로 공급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그런데도 ‘콩을 어떤 용도로 쓸 것인지’ ‘관련 사업자등록증은 있는지’를 묻는 절차는 접하기 힘들었다. 국영무역 수입콩의 사후 관리에 상당한 허점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