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농협은 4월24일 우리나라 대표 종자기업인 ㈜농우바이오와 경영권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정밀실사를 거쳐 7월까지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농협은 경영권 인수가 완료되는 대로 다각적인 발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우리 종자회사들이 줄줄이 외국기업에 매각됐던 악몽을 떠올렸던 사람들에게 ‘이번에는 종자주권을 지키게 됐다’는 안도감을 줬다. 동시에 든든한 농협의 후원 아래 농우바이오는 한층 성장하고 우리의 종자산업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하게 됐다. 또한 농민 등 조합원을 위한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농협의 종자시장 개입으로 종자 가격이 안정될 터이니 농산물 생산비 절감을 통한 농민들의 수익증대가 예상된다고도 한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에 일말의 우려가 생기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종자 가격이 하락한다면 생산물 가격이 그만큼 낮아질 것이고, 그에 따른 혜택은 농민이 아니라 유통업자나 소비자에게만 돌아가고 농민은 실익이 없을 공산이 크다. 그 하락폭이 일정 선을 넘는다면 자금력이 약한 영세 종자회사는 경쟁력을 상실해 업계에서 퇴출될 것이 자명하다.
또한 종자 공급은 농협의 채널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농우바이오의 종자를 취급했던 판매상들은 업종을 바꿔야 한다. 비료와 농약에 이어 종자의 유통도 농협이 주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럴 경우 농협 종자의 시장점유율은 높아지겠지만 전반적으로 종자시장의 구조가 편중적으로 변해, 최근 모처럼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민간 종자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될 우려가 있다. 더불어 2020년 종자수출 2억달러를 목표로 작년부터 시작된 골든시드프로젝트의 순항도 염려가 된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우리 종자산업의 선봉장이 되기 위해 농우바이오는 농협에 의해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돼야 할까?
첫째로 종자산업은 장기투자가 요구되는 바이오산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종자를 개발하는 데는 적게는 4~5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소요된다. 그렇지만 우수한 종자가 탄생하면 그 효과 또한 대단히 크고 장기적이다. 투자의 개념이 공산품이나 단순 화학제품을 다루는 여느 업종과는 달라야 하는 것이다.
둘째로 종자산업은 연구개발을 기초로 하는 고부가가치 생명지식산업이기에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과거 농우바이오는 매출의 1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왔고, 이것이 오늘의 농우바이오를 탄생시켰다. 세계 굴지의 종자기업인 몬산토는 2011년 연매출 90억달러 가운데 14억달러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셋째로 육종가에 대한 고용 안정과 충분한 배려가 필요하다. 육종가는 대학 졸업 후에도 대학원이나 관련업계에 수년간 종사해야만 전문성이 생기는 ‘대기만성형’ 전문가이다. 따라서 일반회사와 달리 전문연구직에 준하는 인사상 배려가 필요하다.
넷째로 종자산업은 민간을 중심으로 하는 경쟁구도하에서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에 그에 적합한 효율적인 경영체계를 주문하고 싶다. 세계 종자시장을 겨냥해 다국적기업과 경쟁해야만 우리 종자산업의 미래가 있는 것이다.
우려가 기우로 끝나고, 농협의 발표대로 “농우바이오가 2020년까지 ‘글로벌 톱(Top) 텐(10)’의 채소 종자회사로 거듭날 것”을 기대하며, 2014년이 어려움을 딛고 일어난 우리나라 종자산업 발전의 원년으로 기억되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