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밀과 콩, 옥수수, 잡곡 등 주요 곡물의 생산량과 자급률을 확대하는 ‘주요 곡물 수급 안정대책’을 내놨다. 쌀을 제외한 이들 곡물의 자급률을 2010년 기준 10.6%에서 2015년 14.3%로 3.7%포인트 끌어올린다는 게 정부 대책의 골자인 모양이다. 하지만 2008년 국제 곡물파동에 이어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국제 곡물가격 폭등에 대응해 내놓은 대책치고는 부족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물론 현행 1.7% 수준인 밀 자급률을 5년 만에 10%로 높인다는 등 그 실천이 주목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밀을 빼고 나면 대책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다. 자급률이 30% 전후반인 콩과 잡곡은 정부 대책이 아니더라도 웰빙 등 국민의 건강식 선호에 따라 생산량이 연동되는 품목이다. 또 감자와 고구마는 이번 대책에서 자급률이 높아지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낮아졌다.
옥수수는 더 기막히다. 옥수수 자급률을 현행 3.8%에서 4%로 0.2%포인트, 물량으로는 9,000t을 늘린다는 게 정부의 발표다. 연간 1,000만t에 달하는 사료용 옥수수와 200만t에 이르는 식용 옥수수 수입량을 감안하면 옥수수 자급률 대책은 쪄서 먹는 ‘통옥수수’ 생산량을 조금 늘려 보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대책을 가지고 ‘주곡의 안정적 수급기반을 확보하고, 국제적인 식량위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했다’는 정부의 설명은 듣는 쪽이 오히려 민망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곡물자급률을 5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이번 대책으로는 50%는커녕 계속되는 쌀 생산량 감소세를 감안하면 곡물자급률은 오히려 하락을 면하기 어렵다. 언제까지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미봉책만 남발할 것인가. 이제는 식량자급률 법제화를 통한 정부의 강력한 식량안보 의지를 보여 줄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