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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의 역사에서 쌀은 늘 정책의 중심이었다. 쌀이 모자라던 시절, 쌀 증산은 국가적 시책으로 추진됐고 대풍은 온 나라의 경사로 뉴스가 됐다. 시대가 바뀌어 쌀이 남아돌아 뉴스가 됐다. 4년 전인 2010년이 그랬다. 당시 쌀 재고 증가로 단경기에도 쌀값이 계속 떨어지자 8월30일 취임한 신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다음 날인 9월1일 쌀 수급 안정대책을 서둘러 내놨다. 재고를 시장에서 격리하고 쌀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게 뼈대였다. 정부가 쌀 증산 기조를 포기하고 감산정책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러면서 쌀 수급불안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나온 게 2011년 3월의 쌀산업 발전 5개년 종합계획이다. 2015년까지 쌀산업 발전전략을 담은 이 계획 역시 쌀 생산량을 줄이고 2012년부터 쌀을 조기 관세화해 의무수입량이 더 이상 늘지 않도록 하겠다는 수급 안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논에 벼 이외의 작물을 심으면 ㏊당 300만원을 지원하는 논 소득 다양화 사업이 도입됐고, 수확기 시장격리를 제도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특히 쌀 조기 관세화는 여러 논란에도 ‘쌀 재고 과잉론’에 힘입어 곧 이뤄질 것처럼 여겨졌다.
2011년 3월 이후 쌀시장은 정부의 예측과는 사뭇 다르게 움직였다. 쌀이 남아돌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010년산 신곡 부족’이란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고 그해 11월 쌀 생산량도 평년 수준을 밑돌았다. 급기야 2012년에는 32년 만에 흉작으로 쌀 생산량이 400만6000t까지 떨어져 수요량에도 못 미쳤다. 남아돈다던 쌀 재고는 금방 바닥을 보일 태세여서 의무수입량 쌀을 앞당겨 수입하는 처방마저 동원됐다.
이 과정에서 쌀 감산정책은 슬그머니 수정됐고, 수확기 시장격리 제도화 방안은 시작도 하기 전에 자취를 감췄다. 쌀 조기 관세화 추진도 쌀 부족과 통상당국의 반대에 없던 일이 됐다. 그런데도 정부의 해명이나 5개년 종합계획의 수정 발표는 없었다. 이제 5개년 종합계획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정부 양정에 대한 농민들의 신뢰는 그만큼 깎였다.
올해 다시 쌀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쌀 관세화 유예 종료를 앞두고 관세화 전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관세화 유예기간 10년간 여러 대책이 세워졌지만 쌀산업을 둘러싼 여건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쌀 재배면적은 계속 줄고 있는데도 쌀 농가 소득은 오르지 않고, 생산 규모화도 더디기만하다. 쌀 소비량은 해마다 줄고 생산비는 올라 쌀 가격 불안정은 해를 건너 되풀이된다. 다양한 해법에도 10년 전 나왔던 문제는 지금도 풀지 못한 숙제가 돼 있다. 쌀 국제가격이 오르며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하나 기초체력은 허약한 채 그대로다.
이러다 보니 관세화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는 정부의 주장에 농민들은 의구심을 거두지 않는다. 관세화가 돼도 의무수입량 이외의 쌀 수입은 거의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농가 피해도 없을 것이란 말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것이다.
쌀 협상이 있었던 2004년 정부는 협상에 앞서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공공비축제를 도입하면서 직불제를 확충하는 쌀산업 대책을 내놨다. 큰 고비가 있을 때 쌀산업을 점검하고 방향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올해도 방향 전환이 고민되고 대책이 농가에 먼저 제시돼야 한다. 쌀 관세화 여부 결정에 공들이는 만큼 4년차를 맞는 쌀산업 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먼저 손질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늘과 농민만 탓할 일이 아니다. 우리 쌀산업이 기로에 서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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