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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쌀 관세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우리나라 농업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장개방 조치들이 잠복해 있다. 이런 중대사들이 재해나 사고, 수급 불안 등 수시로 터지는 현안에 묻혀버리기 십상이지만, 어느 날 이런 문제들이 한꺼번에 밀어닥쳐 정신없이 떠밀려가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치밀하게 검토하고 하나하나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중에서 당장 결론을 내야 할 것은 쌀 관세화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방선거 등 정치일정을 의식해 미루고, 농민단체는 구태여 먼저 나설 이유가 없다고 가만 있다가는 큰일이 날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관세화를 통보해야 하는 9월은 코앞인데 한·중 FTA 협상은 막바지에 이르고 TPP 참여를 최종 결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겹치게 되면 농업계는 사면초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쌀 관세화의 쟁점은 ‘2015년 이후에도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는 것이 가능한가?’이다. 일부에서는 우루과이라운드(UR)에 의한 시장개방이 선진국은 2001년, 개도국은 2004년 수준에 동결돼 있으므로 우리나라 쌀도 더 이상 시장개방을 확대할 의무가 없고, 따라서 관세화는 물론 최소시장접근(MMA) 방식의 의무수입쌀을 증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UR 협정문을 세밀히 살펴보면 우리나라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는 일정한 조건 충족을 전제로 하는 한시적 조치였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그 시한이 지나는 2015년에는 관세화해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 학자의 견해이다.
관세화하지 않는 유일한 길은 WTO의 이른바 웨이버 조항에 의해 일시적 의무면제를 받는 것이다. 일시적 조치나마 받으려면 WTO 회원국 4분의 3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그 동의를 받으려면 이해당사국들에게 의무수입물량 증량은 물론 그 이상의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 등 그 비용이 얼마가 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한 상황에 있는 필리핀도 UR 협정에 의한 쌀 관세화 유예 연장을 시도했지만, 규정위반이라는 지적에 부딪혀 실패했다. 결국 웨이버 조항을 적용해 일시적 의무면제를 받으려 하고 있지만, 단지 5년간의 면제에 의무수입물량을 무려 2.3배나 늘려 주는 조건으로도 아직 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볼 때 우리나라가 선택할 길이 아님이 명확하다.
다만 미국은 아마도 우리나라가 웨이버 조항을 적용해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기를 원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미국은 현재 연간 5만t의 쌀을 우리나라에 안정적으로 팔 수 있는 이른바 국별 쿼터를 받고 있는데, 관세화로 전환하면 이 독점적 권한이 사라져 쌀시장을 중국에 모두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세화 통보 시한인 9월 말은 다가오는데 관세화 반대론이 거세면 농림축산식품부는 뜻하지 않게 미국의 희망대로 웨이버 조항 적용이라는 최악의 선택을 강요받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제는 쌀의 관세를 얼마로 할 것인지에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켜, 일본이나 대만이 적용했던 관세에 버금가는 수준을 관철시킬 수 있는 논리를 완비해야 한다. 우리가 준비만 잘한다면 500%를 넘는 관세를 부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그렇게 된다면 의무수입물량 이외의 쌀이 수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국제쌀값과 환율이 턱없이 낮아지면 쌀 수입상들이 세계 곳곳을 누벼 값싼 쌀을 일부 들여오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만, 그런 상황이 두려워 우물거리다가 더 큰 위험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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