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기후변화로 전 세계 곡물 생산이 위협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온실가스로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가 1970년 이후 섭씨 0.6도 상승했으며, 21세기에는 6도가 더 오를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912-1990년 연평균 12도를 유지 했으나 이후 2000년까지 10년 동안 1.5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 기온 상승보다 2.5배나 높은 것이다. 혹한.폭우.폭설.가뭄 등 이상기후도 빈발하고 있다. 지난해 3-4월 전국 평균 기온은 9.9도로 평균 기온 통계작업을 시작한 1973년 이후 가장 낮았고, 겨울엔 전국적으로 39일간의 한파가 몰아쳤다. 추석엔 서울에 하루 동안 259.5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지난 2월엔 동해시에 102.9cm의 폭설이 내렸다. 그런데 쌀.옥수수.밀 등 곡물은 생장기에 평균보다 1도 오를 때마다 수확량이 10% 감소한다고 한다. 한파 등 이상기후 때 농작물 피해는 더우 심각하다. 지난 겨울 혹한 때문에 전국적으로 복숭아.포도.블루베리 등 올해 과일 생산이 40-8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인구 증가와 중국.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수요 상승, 탄소에너지 대체를 위한 바이오연료 확대 등으로 국제 곡물소비량은 무한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1년새 옥수수는 70%, 콩은 50% 올랐고, 밀은 30개월만에 최고치를 나타내는 등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식품가격지수(FPI)도 7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지난 1월에 231을 기록했다. 집계가 시작된 199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한다. 상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으로 10년간 세계적 곡물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식량의 무기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쌀만 104.6%이고, 밀.옥수수 각 0.8%, 콩 8.7%, 보리쌀 26.6% 등 전체 평균은 54.9%에 그치고 있다. 가축 사료와 공업용 등을 포함한 전체 곡물자급률은 26.7%에 불과하다. 유사시엔 우리의 식량안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해외농업개발협력법을 제정하고, 농업자원개발펀드를 조성하는 등 해외농업을 확대하여 해외에서 곡물을 직접 생산해 들여올 계획이라고 한다. 또 해외유통회사를 설립하여 자체적 곡물조달시스템을 구축해 국제 메이저 곡물상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갈 것이라고 한다. 안정적 곡물확보가 국가적 과제임을 인식한 바람직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대책은 국제정세가 비교적 안정된 상황에서는 통할 수 있으나, 전쟁 등 극한 사태가 발생해 곡물을 무기화하는 경우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이럴 경우도 대비하여 국내의 곡물 생산기반을 다지는데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상청이 올해 추진하기로 한 '기후변화에 따른 지역특산물 피해 줄이기 프로젝트'는 눈여겨 볼만 하다. 농.어업의 15개 분야를 선정해 이상기후에도 피해를 보지 않고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는 연구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곡물 수입은 매년 1천400만여t으로 세계 5위의 규모다. 국내 곡물 수요를 모두 자급하기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식량자급도만이라도 높여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라를 유지하는 데는 국방(兵)보다 식량(食)이 우선'이라고 한 공자의 말은 2천500여년이 지난 지금도 틀린 말이 아님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