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많이 변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생산지를 구분하지 않고 자기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을 소비하는 것을 당연시했는데 지금은 상표를 보고 결정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최근의 자료에 의하면 국내산 쌀 브랜드가 대략 1400여개에 달하고 쌀을 홍보하기 위한 기초자치단체의 쌀 축제도 해마다 10개 안쪽이 열린다.
쌀은 우리 민족의 생명이자 역사와 문화다. 작은 국토면적에서 많은 인구를 먹여 살려왔고, 김치·고추장·된장·탕류 등 우리 민족 고유의 식문화는 주식인 밥으로부터 비롯됐다. 두레와 품앗이 등 아름다운 협동의 전통과 풍물·농요 등 민속음악과 세시풍속은 논농사를 주축으로 한 농경문화의 산물이다.
쌀은 자연이고 기간산업이다. 논은 빗물을 가둬 홍수와 토양 유실을 막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국토·경관과 자연환경·생태계가 저절로 유지·보전되게 한다. 농업 내에서 차지하는 쌀의 비중은 여전히 막강하다. 2010년 농업총조사에 따르면 벼 재배면적이 총경지면적의 51%에 달하며 전체농가 117만여호의 절반에 육박하는 52만여호에 달하는 농가가 벼를 재배한다. 그리고 농업조수입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20%에 달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주식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유지 발전시켜야 할 기간산업이다.
쌀은 위기이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1인당 쌀 소비량이 60kg대로 하락하는데 우리를 향한 쌀 수출국들의 관심은 식을 줄 모른다. 쌀을 지키기 위한 우리 국민들의 관심과 노력은 UR(우르과이라운드)과 DDA(도하개발아젠다)협상 시에는 똘똘 뭉쳐있었지만 ‘쌀관세화유예’를 결정한 2004년 즈음에서부터는 산학연관의 내부에서 다른 의견들이 나타난다.
최근에 학계와 연구계의 전문가들은 관세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지만 농업단체들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관세화에 대한 두 그룹의 다른 생각과 방법론은 결과에서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우리 쌀 산업을 지키겠다는 목표는 동일하다.
쌀은 미래이다. 비록 비용과 시간이 들더라도 근원적인 문제부터 시작하는 일본의 정책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그들은 무려 20년에 걸쳐 쌀의 문화적 측면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쌀이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이 아니며 경제적 득실이나 정치적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는 상징적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책으로 발간된 ‘자기로서의 쌀’, ‘우리 국토로서의 논’ 등에 관한 근본적인 성찰은 영어권의 독자들과 일본인들에게 쌀과 논이 일본의 역사·문화·전통과 절대 분리될 수 없다는 민족 정체성을 이해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들 책에서 제시된 내용은 외국산 쌀이 일본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밑거름이 됐을 뿐만 아니라 쌀 수출국들이 일본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기본논리가 됐다. 그리고 우리는 일본의 문화적 접근 뒤에 숨어서 반사적 이익을 얻었다.
관세화에 대한 생각과 방법이 다르더라도 우리 쌀 농업이 처한 이런 현실을 그대로 보면서 방관해서는 안 된다. 쌀의 가치와 소중함을 되새기고, 쌀밥 중심 식문화의 건강성을 새로이 인식하며 전통문화의 현대적 계승과 발전 및 쌀 중심 문화유산의 보전과 관리, 국가 간 교류협력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쌀을 지키는 것은 우리 민족의 생명을 보전하고 자연과 국토를 지키며 자주적인 문화를 꽃피우는 길이기에 ‘쌀문화재단’의 창립이 필요하다. 이런 일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