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곡물시장에 위기경보가 들어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정보센터는 지난 21일 내놓은 5월 국제곡물관측을 통해 2010/2011년도 세계 옥수수·밀·대두 기말 재고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말재고율이 옥수수는 전년도보다 3.3%포인트가 급감한 14.6%, 밀은 2.7%포인트 줄어든 27.6%, 대두는 0.9%포인트 감소한 23.8%에 그칠 것이라는 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예측이다. 재고가 줄어들면 가격은 오른다. 식량자급률이 27% 안팎에 불과한 우리로서는 비상상황이 아닐 수 없다. 국내 푸드시스템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쌀 이외의 곡물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이미 국제곡물가격 폭등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권에 진입한 상태다. 옥수수 가격 급등으로 배합사료가격이 올랐고, 추가적인 인상마저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밀가루가격 역시 올랐다. 그 파장은 도미노현상처럼 식품가격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국제곡물가격 폭등이 식품가격을 인상시키는 애그플레이션 상황에 빠졌다.
세계적인 곡물위기 경보는 새삼스런 것도 아니다. 이미 예고된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곡물수요량은 인구증가에 바이오에탄올 수요까지 겹치면서 급증하고 있다. 미국 옥수수 생산량의 40% 가량이 바이오에탄올 생산용으로 소비될 만큼 국제곡물시장은 종전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재고가 바닥날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다 국제적인 투기세력까지 가담하면서 국제곡물가격이 천정부지로 급등하고 있다. 4월 평균 옥수수 선물가격은 톤당 298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4월 밀 선물가격 역시 투기세력 가담으로 283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달보다 5.3% 상승했고, 대두는 수급이 다소 호전됐다고 하지만 톤당 500달러로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보편적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곡물시장은 2008년에 엄청난 요동을 쳤다. 국제곡물가격이 폭등하면서 식품가격이 덩달아 인상되는 애그플레이션 현상이 세계적으로 발생했다. 애그플레이션 현상은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었다. 필리핀처럼 주식인 쌀 생산이 취약한 나라는 식량안보 위기상황에 빠지면서 평상시보다 3배 이상 높은 가격에 쌀을 수입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곡물수급체계, 다시 말해 세계적인 식량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과연 안전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주식인 쌀은 안심해도 되는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통일벼 육종으로 1970년 후반 쌀 자급에 성공한 우리나라는 1980년 냉해로 쌀을 수입해야 하는 위기상황에 빠졌었다. 1995년 가뭄으로 이듬해에 쌀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단계에까지 가기도 했다. 지금은 쌀이 넘쳐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쌀은 최근 몇 년간 넘쳐났지만 지난해 생산량은 이상기후로 간신히 수급을 맞추는데 그쳤다. 그 파장으로 올해 쌀시장은 종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도 기상상황이 나빠 작황이 부진할 경우 쌀이 부족한 상황에 빠지지 않는다고 보장하기도 어렵다.
이제부터는 예고된 국제곡물위기 상황에 대응해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에 감안한 식량수급대책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 축산업을 비롯한 푸드시스템 고리에 든 모든 산업계는 국제곡물가격과 수급에 따른 상황별 구체적인 대응전략을 미리미리 세워야 한다.